쉬는 공간

[스크랩] SNS를 하는 사람 VS 안하는 사람

바라쿠다 2014. 8. 9. 21:07
1 대 1 아닌 다수 대 다수 페이스북이 촌(寸) 지도 바꿔

 

 

 

 

 


사생활 감시 아닌 감시 “새로운 빅브라더” 경고도

 

 

“한국처럼 촌수(寸數)에 민감한 사회도 없죠. 페이스북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야말로 촌 관계를 중시하는 한국사회에 기폭제 역할을 한 셈입니다.”
   
   2004년 ‘한국사람 여섯 다리 건너면 다 안다’는 내용의 논문으로 대한민국의 촌(寸) 관계를 수학적으로 정의 내린 연세대 사회학과 김용학(59) 교수의 설명이다. 김 교수는 대한민국 사회연결이론을 연구하는 ‘인맥(Connec tions) 전문가’. 지난 2003년에는 ‘한국 사회의 학연: 사회적 자본의 창출에서 인적자본의 역할’이란 논문을 통해 한국 사회에서 ‘연고’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에 대해 정의 내린 바 있다. 김 교수는 2006년 싸이월드(SK커뮤니케이션즈)로 시작된 한국의 온라인 인맥 지도에 대한 보고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그는 지난 12월 1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SNS와 관련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의 SNS 인맥지도는 충분한 연구 대상”이라고 말했다.
   
   미국 하버드대 출신 마크 주커버그가 만든 페이스북의 국내 가입자 수가 200만명을 돌파했다. 지난 12월 2일 페이스북 관련 통계사이트인 소셜베이커스(www.socialbakers. com)에 따르면 지난 11월 말 현재 국내 페이스북 이용자가 211만3500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페이스북이 한국 시장 전면전을 선언, 지난 10월 중순 ‘페이스북코리아’를 설립하고 법원 등기를 완료한 데 이어 약 한 달 반 만의 성과다. 김 교수에게 페이스북이 폭발적인 선전을 하고 있는 것에 대한 이유에 대해 물었다. 그의 말이다.
   
   “우리는 다양한 상황에서 사람들이 자신과 비슷한 사람들과 상호작용하는 것을 종종 관찰합니다. 사람들은 연령 및 성별·직업 및 지위·신념 등이 비슷한 사람들과 더 가깝게 느끼거나 자주 접촉하죠. 비슷한 부류의 사람과 상호작용할 때 사람들은 의사소통을 더 쉽게 할 수 있고 상대방의 행위를 예측할 수 있으며 신뢰를 발전시킵니다.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유유상종한다는 것이죠. 페이스북도 마찬가지입니다.”
   
   
   무한한 확장성과 전파력
   

▲ 세계 6개국 1642명을 대상으로 지난 8월 27일부터 한 달간 조사한 결과. 자료: DDB월드와이드

페이스북은 전세계 5억명의 사용자를 자랑한다. 영국의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페이스북과 같은 SNS의 출몰을 인쇄술에 빗대며 “세상은 1448년 구텐베르크의 인쇄술 발명에 버금가는 규모의 미디어 초기혁명을 겪고 있다”고 표현했다. SNS의 무한한 확장성과 전파력을 염두에 둔 말이다.
   
   김 교수의 말처럼 ‘유유상종’하는 우리의 인맥관계가 무한 확장성을 가진 페이스북과 만나면 어떤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까. “페이스북은 서로가 동의한다는 전제하에 친구 관계를 맺는 시스템입니다. 싸이월드의 ‘1촌 맺기’와 유사하죠. 하지만 철저히 아는 관계 속 1촌 관계인 싸이월드와는 다르게 페이스북은 모르는 사이도 촌 관계를 맺도록 유도합니다. 가령 A가 B를 알고 B가 C를 알고 있습니다. 그럼 페이스북에서 A에게 이런 메일을 보내죠. ‘A님! B가 C를 알고 있습니다. C와 친구가 돼보시겠습니까?’ 이건 이제껏 한국에서 오프라인으로 맺어왔던 촌관계보다 더 큰 그림입니다. 깊이는 덜할지 모르지만 공통 분모만 있다면 관계의 무한 확장이 가능한 것입니다.”
   
   그의 말대로라면 ‘A와 C가 친구가 되는’ 페이스북 시스템이 활성화될수록 이제 대한민국은 더이상 ‘6단계 인맥’이 아닌 3단계 2단계 인맥으로 좁혀지게 될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실제로 페이스북은 단순함과 개방성을 콘셉트로 가족·친구·직장동료 등 지인들과 교류하는 것이 한 페이지 안에서 가능하도록 해 인맥들로부터 빠른 응답을 이끌어냈다. 이런 기동성을 바탕으로 소위 ‘번개모임’도 쉽게 주선이 가능하다. 자신의 페이스북 ‘뉴스피드(글을 쓰는 곳)’에 공지사항을 띄우면 모임에 참여하고 싶은 사람이 문장 밑에 표시된 ‘좋아요’ 버튼을 누르는 방식이다. 이는 동아리 및 단체모임을 주선할 때 일일이 전화로 근황을 파악하거나 대답없는 메일을 기다려야 했던 번거로움을 한번에 해결해 주기도 했다.
   
   
   공개성과 폐쇄성
   
   페이스북 같은 무료 SNS가 한국에 본격 출몰하게 되면서 우리는 제2의 정보·인맥과의 홍수와 마주하게 됐고 이에 따른 새로운 사회적 현상과도 맞닥뜨리게 됐다.
   
   ‘잉글리시 디바이드(English Divide)’라는 말이 있다. 영어 실력의 격차가 출세와 소득까지 결정한다는 사회적 현상을 이르는 말이다. 영어는 지난 20여년간 우리 사회를 뜨겁게 달궜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한 가정의 경제 소득 수준이 자녀 간 영어 능력 격차를 낳았고 영어 격차가 다시 빈부격차를 확대·재생산해 조기유학과 사교육을 부추기고 있다.
   
   비슷한 맥락에서 페이스북 역시 다를 바 없다. 스마트폰과 페이스북 안에선 무한한 관계 확장이 가능하다. 오프라인 인맥지도처럼 여섯 다리를 건널 필요도 없다. 인맥을 넓힐 뿐 아니라 선택할 수도 있다.
   
   반면 페이스북 사용자의 확산으로 스마트폰·SNS 등의 공통분모가 없는 인맥들과는 쉽게 연결고리가 끊기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페이스북을 통해 단 한 줄이라도 간단한 인사를 주고 받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너무 친하지 않은 상대에게 전화나 메일로 안부를 묻는 것이 껄끄러운 사회가 됐다. 한국의 인맥 지도가 SNS를 하는 사람과 하지 않는 사람으로 구분되는 이른바 ‘페이스북 디바이드’가 시작된 것이다.
   
   공개성과 폐쇄성을 동시에 갖고 있는 소셜네트워크는 자신의 이야기를 쏟아내기에 너무도 매력적인 공간이다. 보여주고 싶은 만큼 보여줄 수 있고 노출 정도 역시 조절이 가능하다. 자유방임주의의 또 다른 사회이지만 현실에서와 마찬가지로 ‘한번 뱉은 말은 주워 담을 수가 없다’는 단점도 있다.
   
   우리는 페이스북에서 하고 싶은 말이 아닌, 할 수 있는 말을 한다. 감시 아닌 감시를 당하는 꼴이다. 직장 상사가 보게 될까봐 직장 얘기는 할 수 없다는 사소한 것부터, 과거 SNS에서의 대화로 인해서 구직이 취소되는 경우까지 생겼다. 이러한 현상을 두고 SNS가 ‘반민주적’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들은 SNS를 새로운 빅브라더의 탄생이라고 본다. 결국엔 국가가 사람들을 통제하기 위해 SNS를 이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하는 것이다.

출처 : 펄프 뒷골목
글쓴이 : kwon pd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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