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술 이야기 (酒道賦)
◆술 이야기 (酒道賦)
" 물고기는 물과 싸우지 않고 주객은 술과 싸우지 않는다."
멀고 먼 옛날 천지(天地)의 시초(始初)에는
음식과 약(藥)만 있었고 술은 아직 없었다.
술은 신(神)들의 세계에서만 사용되었다.
그리하여 인간의 세계에는 실질(實質)은 있었으나,
문화(文化)가 없었고 생활은 야(野)하며 단조로웠다.
후에 성인(聖人)이 나서 인간생활을 널리 살펴보고
먹고 사는 일이 뭇 짐승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하여
이를 가엾게 여겨 술을 만들어 내놓았고
그 마시는 법(法)을 일일이 정하였다.
대저 성인(聖人)이 술을 마시는 법(法)을 만들 때
천지자연(天地自然)의 법칙(法則)에 준거(準據)하여 만든 까닭에
군자(君子)가 이 법도(法道)에 따라 술을 마심으로써
덕(德)을 크게 성취할 수 있다.
혹자(或者)는 말하기를 "술은 인간에 이롭지 않다.
정신을 흐리게 하고 몸을 상하게 한다.
" 그러나 그것은 그렇지 않다."
술을 마심으로써 정신이 혼미해지는 것은 그 속에 맑음이 있는
것이고, 몸이 피곤해지는 것은 그 속에 굳건함이 있는 것이다.
●술에는 대체로 세 가지 큰 덕(德)이 있다.
하나는 '일으키는 것'이고,
둘은 '새롭게 하는 것'이고,
셋은 '통하게 하는 것'이다.
그런 까닭에 군자(君子)가 널리 학문을 깨쳤어도
주도(酒道)를 통하여서만 문화와 큰 덕(德)을 비로소 완성할 수 있다.
술의 자유 자재함과 그 격식(格式)은 성인(聖人)의 도덕(德)이
넓음과 엄격함에 비교될 수 있다.
예로부터 많은 사람이 천지의 본질(本質)을 체득하였어도
그것의 활용이치를 깨우치지 못하는 것은
술의 도리(道理)를 얻지 못한 까닭이다.
군자(君子)의 학문이 뿌리를 얻는 것이라면
주도(酒道)는 가지를 얻는 것이 된다.
뿌리만 있고 가지가 없다면 어떻게 열매를 맺을 수 있겠는가?
그런 까닭에 모든 성인(聖人)이 술을 즐겨 하였으며,
술에서 천지의 대용(大用)을 살펴볼 수 있었다.
공자(孔子)도 말하기를
" 술 마시고 취하지 않았을 때와 같이 행동하기 어렵다." 하였으며,
시경(詩經)에도 술 마시는 법도(法道)를 얘기하였다.
술 마시는 일은 지극히 어려우나 차차 익혀나가면
마침내 성취를 볼 수 있을 것이다.
무릇, 주법의 광대함은 일언(一言)으로 다 말할 수 없으나
대체로 취한 마음을 잘 다스리는 것을 으뜸으로 삼고
그 법도(法道)를 다음으로 여긴다.
취한 마음에서 도인의 정을 알 수 있으며,
그 법도(法道)에서 군자(君子)의 아름다움을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학인(學人)이 처음으로 주법을 배울 때는
반드시 그 마음이 일어나는 것을 경계하고
오만한 마음을 갖지 말아야 한다.
술을 마심에 있어
처음부터 선한 마음을 갖지 않으면 온갖 마심(魔心)이 일어난다.
그렇게 되면 술에서 마음을 상(傷)하게 되고 큰 덕(德)을
잃게 되는 것이다.
●속인(俗人)의 마음에 일어나는 취마(醉魔)의 세 가지
둘째는 '슬퍼지는 것'이요,
셋째는 '생각에 조리가 없어지는 것'이다.
● 술의 유래
주(酒)의 옛 글자는 유(酉)이다.
유(酉)는 밑이 뾰족한 항아리 모양을 본떠 만든 글자로
침전물을 모으기 쉽도록 밑이 뾰족한 항아리 속에서
술을 발효시켰던 데에 유래하였다.
술의 본래 말은 수블. 수불이며
이것이 수울. 수을. 술로 변한 것인데
수블의 의미에 대해서 두 가지 설이 있다.
● 첫째
전통주 연구자들이 가장 폭넓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으로
술의 발효현상을 나타내는 말이라는 주장이다.
즉, 술의 발효가 진행되는 동안에는 열을 가하지 않더라도
부글부글 물이 끓어오르며 거품이 괴는 화학변화가 일어나는데,
옛사람들은 이를 신기하게 여겨 물에 난데없이 불이 붙는다는 뜻의
수(水)불이라 했다는 것이다.
● 다른 한편
술의 어원적 의미를 물로 보는 경우로 술을 뜻하는 말로는
수블과 술이 모두 사용되었는데 어원을 거슬러 올라가면
모두 물이라는 술의 속성을 나타낸다고 한다.
특히 전통 주 연구자들이 수블의 블을 불(火)로 해석한 데 반해,
국문학자들은 바다(海), 붓다(注), 비(雨)의 어원인 밧,
붓(붇), 비(빋)과 마찬가지로
그 어원적 의미는 물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 군자의 주도(君子의 酒道)
술은 남편에 비유되고 술잔은 부인에 해당 되므로
술잔은 남에게 돌리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장부의 자리에서 한 번 잔을 돌리는 것은
소중한 물건이라 할지라도
그 사람에게 줄 수 있다는 뜻이 있으므로 비난할 수는 없다.
단지 그 일을 자주 한다는 것은
情(정)이 過(과)하여 陰節(음절)이 搖動(요동)하는 것이라.
君子(군자)는 이를 삼가야 한다.
술을 마실 때에는 남의 빈 잔을 먼저 채우는 것이 仁이고
내가 먼저 잔을 받고 상대에게 따른 후에 병을 상에 놓기 전에
바로잡아서 상대에게 따르는 것은
仁을 행함이 민첩한 것으로 지극히 아름다운 것이다.
● 명주진지(明周進遲)
잔을 한번에 비우는 것을 明(명)이라 하고,
두 번에 비우는 것은 周(주)
세 번에 비우는 것은 進(진)이라 하며,
세 번 이후는 遲(지)라 하고,
아홉 번이 지나도 잔을 비우지 못 하면 술을 마신다고 하지 않는다.
★ 술을 마심에 있어 갖추어야 할 네 가지
하나, 몸이 건강하지 않은 즉 술의 독을 이기기 어렵다.
둘, 기분이 평정하지 않은 즉 술의 힘을 이길 수 없다.
셋, 시끄러운 곳, 바람이 심하게 부는 곳, 좌석이 불안한 곳,
햇빛이 직접 닿는 곳, 변화가 많은 곳,
이런 곳에서는 많이 마실 수 없다.
넷, 새벽에는 만물이 일어나는 때다.
이때 많이 마신 즉 잘 깨지 않는다.
● 주색우학(酒色友學)
천하에 인간이 하는 일이 많건만 술 마시는 일이 가장 어렵다.
그 다음은 여색을 접하는 일이요.
그 다음은 벗을 사귀는 일이요.
그 다음은 학문하는 일이다.
酒, 色, 友, 學(주,색,우,학) 이 네 가지는
군자(?)가 힘써 수행해야 하는 것이다.
말 안 할 사람과 말을 하는 것은 말을 잃어버리는 일이요.
말 할 사람과 말을 하지 않는 것은 사람을 잃는 것이다.
술 또한 이와 같다.
술을 권하지 않을 사람에게 술을 권하는 것은
술을 잃어버리는 것이요.
술을 권할 사람에게 권하지 않는 것은 사람을 잃어버리는 것이다.
그런 까닭에 군자는 술을 권함에 있어 먼저 그 사람 됨을 살피는 것이다.
* 술에 취해 평점 심을 잃은 자
술에 취해 평상심을 잃는 자는 신용(信用)이 없는 자이며
우는 자는 仁이 없는 자이며
화내는 자는 의(義)롭지 않는 자이며
騷亂(소란)한 자는 예의(禮義)가 없는 자이며
따지는 자는 지혜(智慧)가 없는 자이다.
● 술과 관련한 여섯 가지의 심득률(心得律)
둘째, 피로해서 마실 때는 조용하여야 한다.
셋째, 점잖은 자리에서 마실 때에는 소세한 풍조가 있어야 한다.
넷째, 난잡한 자리에 마실 때에는 금약이 있어야 한다.
다섯째, 새로 만난 사람과 마실 때에는 한아(閒雅)하여야 한다.
이 경우 한(閒)은 한가함이 아니라, 정숙함을 뜻한다.
여섯째, 잡객들과 마실 때에는 자리에서 일찍 일어나야 한다.
* 1810년경 빙허각 이씨가 쓴 ‘규합총서’
‘ 밥’은 봄같이 따뜻한 것이 좋고
‘ 국’은 여름같이 뜨거운 것이 좋고
‘ 장’은 가을같이 서늘한 것이 좋고
‘ 술’은 겨울같이 찬 것이 좋다.
우리 말에 주전자(酒煎子)라는 말부터 주자(注子)로 바꿔야 합니다.
우리 술(酒)은 절대로 달여(煎, 달일 전) 먹지 않습니다.
달여 먹는 술은 일본의 정종뿐 입니다.
아직도 국어사전에 주전자를 표준어처럼 올려 놓았는데
주자(注子)로 바꿔 사용해야 어법이 맞습니다.
우리는 차(茶) 마실 때에도 어법에 안 맞는
술 주(酒)자를 써 주전자(酒煎子)라고 하고 있습니다.
★ 주도유단(酒道有段, 조지훈)
술을 마시면 누구나 기고만장하여
영웅호걸이 되고 위인 현사(賢士)도 안중에 없는 법이다.
그래서 주정만 하면 다 주정이 되는 줄 안다.
그러나 그 사람의 주정을 보고 그 사람의 인품과 직업은 물론
그 사람의 주력(酒歷)과 주력(酒力)을 당장 알아낼 수 있다.
● 주정도 교양이다.
많이 안다고 해서 다 교양이 높은 것이 아니듯이
많이 마시고 많이 떠드는 것만으로 주격은 높아지지 않는다.
● 주도에도 엄연히 단(段)이 있다는 말이다.
첫째는 마신 기회가 문제요.
둘째는 같이 술을 마신 친구가 문제요.
셋째는 마신 기회가 문제며
넷째 술을 마신 동기가 문제이고
다섯째 술버릇이 문제다.
이런 것을 종합해 보면 그 단의 높이가 어떤 것인가를 알 수 있다.
● 음주에는 무릇 18의 계단이 있다.
1. 부주(不酒) : 술을 아주 못 먹진 않으나 안 먹는 사람
2. 외주(畏酒) : 술을 마시긴 마시나 술을 겁내는 사람
3. 민주(憫酒) : 마실 줄도 알고 겁내지도 않으나
취하는 것을 민망하게 여기는 사람
4. 은주(隱酒) : 마실 줄도 알고 겁내지도 않고 취할 줄도 알지만
돈이 아쉬워 혼자 숨어 마시는 사람
5. 상주(商酒) : 마실 줄 알고 좋아도 하면서 무슨 잇속이
있을 때만 술을 마시는 사람
6. 색주(色酒) : 성생활을 위하여 술을 마시는 사람
7. 수주(睡酒) : 잠이 안 와서 술을 마시는 사람
8. 반주(飯酒) : 밥맛을 돕기 위해서 마시는 사람
9. 학주(學酒) : 술의 진경(眞景)을 배우는 사람 [酒卒(주졸)]
10. 애주(愛酒) : 술의 취미를 맛보는 사람 [酒徒(주도)]
11. 기주(嗜酒) : 술의 진미에 반한 사람 [酒客(주객)]
12. 탐주(耽酒) : 술의 진경을 체득한 사람 [酒豪(주호)]
13. 폭주(暴酒) : 주도(酒道)를 수련(修鍊)하는 사람 [酒狂(주광)]
14. 장주(長酒) : 주도 삼매(三昧)에 든 사람 [酒仙(주선]
15. 석주(惜酒) : 술을 아끼고 인정을 아끼는 사람 [酒賢(주현)]
16. 樂酒(낙주) : 마셔도 그만 안 마셔도 그만, 술과 더불어
유유자적하는 사람.
17. 관주(觀酒) : 술을 보고 즐거워하되 이미 마실 수는
없는 사람[酒宗(주종)]
18. 폐주(廢酒) : 열반주(涅槃酒) 술로 말미암아 다른 술 세상으로
떠나게 된 사람
부주, 외주, 민주, 은주는 술의 진경, 진미를 모르는 사람들이요.
상주, 색주, 수주, 반주는 목적을 위하여 마시는 술이니
술의 眞諦(진체)를 모르는 사람들이다.
학주의 자리에 이르러 비로소 주도 초급을 주고,
酒卒(주졸)이란 칭호를 줄 수 있다.
반주는 2급이요, 차례로 내려가서 부주가 9급이니
그 이하는 척주(斥酒) 반(反) 주당들이다.
애주, 기주, 탐주, 폭주는 술의 진미, 진경을 오달한 사람이요.
장주, 석주, 낙주, 관주는 술의 진미를 체득하고
다시 한번 넘어서 임운목적(任運目適)하는 사람들이다.
애주의 자리에 이르러 비로소 주도의 초단을 주고,
주도(酒徒)란 칭호를 줄 수 있다.
기주가 2단이요,
차례로 올라가서 열반주가 9단으로 명인 급이다.
그 이상은 이미 이승 사람이 아니니 단을 매길 수 없다.
그러나 주도의 단은 때와 곳에 따라 그 질량의 조건에 따라
비약이 심하고 강등이 심하다.
다만 이 대강령은 확고한 것이니
유단의 실력을 얻자면 수업료가 기백만 금이 들 것이요,
수행연한이 또한 기십 년이 필요한 것이다.
(단 천재는 차한에 부재이다.)
● 술 취하는 과정
첫째, 긴장된 입이 풀리는 해구(解口),
둘째, 곰보도 예뻐 보이는 해색(解色),
셋째, 억눌려 있던 분통이나 원한이 풀리는 해원(解怨),
넷째, 인사불성이 되는 해망(解妄)
폭탄주의 유래
폭탄주를 한국산 칵테일로 아는 이가 적지 않지만 그 원조는 서양.
★미국 사람들은 폭탄주를 `보일러 메이커`라 부른다.
로버트 레드포드가 연출한 `흐르는 강물처럼은
1920년대 몬테나 산골 마을을 깊은 강물이 잔잔하게 흐르듯
서정적으로 그린 작품이다.
아름답기 이를 데 없이 묘사한 플라이 낚시 장면으로
이 영화를 기억하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술꾼이라면 `폭탄주` 제조장면도 놓치지 않았을 것이다.
브래드 피트는 형 크레이그 셰퍼를 데리고 도박장에 갔다가
맥주 컵에 위스키 잔을 빠뜨려 마신다.
항만 하역노조 이야기를 다룬 걸작 `워터프런트 1994`에서는
말론 브랜도가 독주 한잔을 원샷으로 마시고 곧바로 맥주 한 컵을
들이킨다. 이 역시 폭탄주 일종이다
보일러 메이커는 광범위하게 맥주와 독주를 섞은 술을 가리킨다.
그렇듯 폭탄주는 주로 탄광, 벌목, 부두 노동자들이 즐겨 마시는 술이다.
금방 취하게 만들므로 싼 값에 효율적으로 취하려는 사람들이나
알코올 중독자들이 자주 찾게 마련이다.
이 악성 칵테일은 뭐든 빨리 해치우려는 한국 사람 취향에
안성맞춤으로 들어맞아 크게 유행이 된 것 같다.
● 폭탄주의 종류
- 원자탄: 병권을 잡고 맥주 컵을 맥주로 가득히 채운 다음
양주 잔을 뇌관으로 떨어뜨려 차례대로 잔을 돌리는 수법.
- 수소탄: 원자탄 돌림으로 알딸딸해 지면
양주를 담은 맥주 컵에 맥주가 담긴 양주 잔을 놓은 주법
- 중성자탄: 술자리 끝내기 주법으로 이미 인사불성이 된 상태에서
끝장을 볼 셈으로 맥주 컵에 양주를 가득 채워 단숨에 들이키는 주법.
- 회오리 주: 양주 한잔을 맥주 컵에 따르고 나머지를 맥주로 채운다.
휴지 몇 장 덮고 손바닥으로 위를 막은 뒤 허공으로 힘차게
원형으로 돌린다.
잔 안에서 회오리 폭풍이 솟구친다.- 다이아몬드 주: 회오리 주에 얼음 한 조각을 띄우면 조명을 받아
보석처럼 빛난다. 여성전용이다.
한 잔은 고배(呱杯) 어린애의 술이니 너무 적어서 안되고
아홉 잔은 너무 많아 좋지 않다고 하였다.
(여기서 한자 고단품효(呱單品囂)는 뜻이 아니라
逢人覓酒酒難致(봉인멱주주난치) 對酒懷人人不來(대주회인인불래)
百年身事每如此(백년신사매여차) 大笑獨傾三四杯(대소독경삼사배)
백 년간 내 일이 늘 이렇도다 홀로 웃고 서너 잔 주욱 들이키노라.
●술 노래(윌리엄 예이츠; 아일랜드)
술은 입으로 흘러 들고 /
사랑은 눈으로 든다 /
우리가 늙어서 죽기 전에
알아야 할 진실은 이것뿐 /
나는 술잔을 입에 대고 /
그대를 바라보며 한숨 짓노라
● 장진주사(송강 정철)
한 잔(盞) 먹새그려 또 한잔 먹새그려.
이 몸 주근 후면 지게 우희 거적 더퍼 주리혀 매여 가나
유소보장(流蘇寶帳)의 만인(萬人)이 우러네나,
어욱새 속새 덥가나무 백양(白楊) 수페 가기곳 가면,
누른 해, 흰 달, 굴근 눈, 쇼쇼리 바람 불 제, 뉘 한잔 먹쟈할고.
하믈며 무덤 우희 잔나비 휘파람 불제, 뉘우친달 엇더리.
(술 한잔 먹세 그려 또 한잔 먹세 그려
꽃나무 가지 꺾어서 잔 수를 헤아리며 끝없이 먹세 그려
이 몸 죽은 후면 지게 위에 거적으로 덮어서 졸라매고 가든
아름답게 꾸민 상여 뒤를 많은 사람들이 울며 뒤따르든
억새, 속새, 떡갈나무, 백양 숲[무덤을 말함]에 가기만 하면
누런 해, 흰 달. 굵은 눈, 소슬바람 불 때. 누가 한잔 먹자 할까?
하물며 원숭이가 무덤 위에서 휘파람 불 때,
뉘우치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月下獨酌 월하독작 1
(달 아래 혼잣술……이백)
天 若不愛酒: 하늘이 만약 술을 사랑하지 않는다면
酒星不在天:"주성"이 어찌 하늘에 있으리오
地若不愛酒: 땅이 만약 술을 사랑하지 않는다면
地應不在酒: 땅을 당연히 술을 두지 않았으리라
天 地旣愛酒: 하늘과 땅이 이미 술을 사랑하거늘
愛酒不愧 天: 술을 사랑하는 것이 어찌 하늘에 부끄러울까
己聞淸比聖: 내가 들으니 청주는 성인에 비겼고,
탁주는 현인에 비겼도다.
後道濁如覽: 현과 성을 이미 마셨으니, 하필 신선을 다시 구하리오.
三杯通大道: 석 잔의 술은 큰 도를 통하고
一斗合自然: 한 말의 술은 자연과 하나가 되나니
但得酒中趣: 다만 나는 취중의 그 흥취를 즐길 뿐
勿爲醒者傳: 술 못 마시는 속물들을 위해 아예 그 참 맛을
알려줄 생각이 없노라.
하늘이 만일 술을 즐기지 않았다면 어찌 하늘에 술 별이 있으며
땅이 또한 술을 즐기지 않으면 어찌 술 샘이 있으리요
天地가 하양 즐기었거늘 술을 좋아함을 어찌 부끄러워하리
맑은 술은 聖人에 비하고 흐린 술은 또한 賢人에 비하였으니
성현도 이미 마셨던 것을 헛되이 신선을 구하는가
석잔 술은 大道에 통하고 한말 술은 自然에 합하거니
모두 취하여 얻는 즐거움을 깨인 사람에게 이르지 말라
★ 月下獨酌 월하독작 2
달 아래 혼잣술
花間一壺 酒 화간일호; 주 꽃 사이 놓인 한 동이 술을
獨酌無相親 독작무상친; 친한 이 없이 혼자 마시네
擧盃邀明月 거배요명월; 잔 들어 밝은 달을 맞이하고
對影成三人 대영성삼인; 그림자를 대하니 셋이 되었구나
月旣不解飮 월기불해음; 달은 전부터 술 마실 줄 모르고
影徒隨我身 영도수아신; 그림자는 부질없이 흉내만 내는구나
暫伴月將影; 잠반월장영 한동안 달과 그림자 벗해
行樂須及春 행락수급춘; 행락은 모름지기 봄에 맞추었다
我歌月排徊 아가월배회; 내가 노래하니 달은 거닐고
我舞影凌亂 아무영능란; 내가 춤을 추니 그림자 어지러워
醒時同交歡 성시동교환; 깨어서는 모두 같이 즐기고
醉後各分散 취후각분산; 취한 뒤에는 제각기 흩어진다
影結無情遊 영결무정유; 길이 무정한 놀음 저들과 맺어
相期邈雲漢 상기막운한; 아득한 은하에서 다시 만나길
★ 장진주(將進酒)
(술을 드리며…… 李 白; 701~762)
君不見 군불견; 그대는 보지 못하였는가
黃河之水天上來 황하지수천상래; 황하의 강물이 하늘에서 내려와,
奔流到海不復廻 분류도해불부회; 바삐 흘러 바다로 가 다시 못 옴을
又不見 우불견; 또한, 보지 못하였는가
高堂明鏡悲白髮 고당명경비백발; 고당명경에 비친 백발의 슬픔
朝如靑絲暮如雪 조여청사모여설; 아침에 검던 머리 저녁에 희었다네
人生得意須盡환 인생득의수진환; 기쁨이 있으면 마음껏 즐겨야지
莫使金樽空對月 막사금준공대월; 금잔에 공연히 달빛만 채우려나
天生我材必有用 천생아재필유용; 하늘이 준 재능은 쓰여질 날 있을 테고
千金散盡還復來 천금산진환부래; 재물은 다 써져도 다시 돌아올 것을
烹羊宰牛且爲樂 팽양재우차위락 양은 삶고 소는 저며 즐겁게 놀아보세
會須一飮三百杯 회수일음삼백배; 술을 마시려면 삼백 잔은 마셔야지
岑夫子,丹丘生 잠부자,단구생; 잠부자, 그리고 단구생이여
將進酒,君莫停; 장진주,군막정; 술을 마시게, 잔을 쉬지 마시게
與君歌一曲; 여군가일곡; 그대들 위해 노래 한 곡하리니
請君爲我側耳聽 청군위아측이청; 모쪼록 내 노래를 들어주시게
鍾鼎玉帛不足貴 종정옥백부족귀; 보배니 부귀가 무어 귀한가
但願長醉不願醒 단원장취불원성; 그저 마냥 취해 깨고 싶지 않을 뿐
古來賢達皆寂莫 고래현달개적막; 옛부터 현자 달인이 모두 적막하였거니
惟有飮者留其名 유유음자유기명; 다만, 마시는 자 이름을 남기리라.
陳王昔日宴平樂 진왕석일연평락; 진왕은 평락전에 연회를 베풀고,
斗酒十千恣歡謔 두주십천자환학; 한 말 술 만금에 사 호탕하게 즐겼노라
主人何爲言少錢 주인하위언소전; 주인인 내가 어찌 돈이 적다 말하겠나
且須沽酒對君酌 차수고주대군작; 당장 술을 사와 그대들께 권하리라
五花馬,千金구 오화마,천금구; 귀한 오색 말과 천금의 모피 옷을
呼兒將出換美酒 호아장출환미주; 아이 시켜 좋은 술과 바꾸어오게 하여
與爾同銷萬古愁 여이동소만고수; 그대들과 더불어 만고 시름 녹이리라.
★ 「낮술」정현종
하루여, 그대 시간의 작은 그릇이
아무리 일들로 가득 차 덜그럭거린다 해도
신성한 시간이여, 그대는 거룩하다
우리는 그대의 빈 그릇을
무엇으로든 채워야 하느니,
우리가 죽음으로 그대를 배부르게 할 때까지
죽음이 혹은 그대를 더 배고프게 할 때까지
신성한 시간이여
간지럽고 육중한 그대의 손길.
나는 오늘 낮의 고비를 넘어가다가
낮술 마신 그 이쁜 녀석을 보았다
거울인 내 얼굴에 비친 그대 시간의 얼굴
시간이여, 취하지 않으면 흘러가지 못하는 그대,
낮의 꼭대기에 올라가 붉고 뜨겁게
취해서 나부끼는 그대의 얼굴은
오오 내 가슴을 메어지게 했고
내 골수의 모든 마디들을 시큰하게 했다
낮술로 붉어진
아, 새로 칠한 뼁끼처럼 빛나는 얼굴,
밤에는 깊은 꿈을 꾸고
낮에는 빨리 취하는 낮술을 마시리라
그대, 취하지 않으면 흘러가지 못하는 시간이여.
★「주막(酒幕)에서 천상병
골목에서 골목으로
거기 조그만 주막집
할머니 한 잔 더 주세요.
저녁 어스름은 가난한 시인의 보람인 것을……
흐리멍텅한 눈에 이 세상은 다만
순하디순하기 마련인가
할머니 한 잔 더 주세요.
몽롱하다는 것은 장엄莊嚴하다.
골목 어귀에서 서툰 걸음인 양
밤은 깊어가는데
할머니 등뒤에
고향의 뒷산이 솟고
그 산에는
철도 아닌 한겨울의 눈이 펑펑 쏟아지고 있는 것이다.
그 산 너머
쓸쓸한 성황당 꼭대기,
그 꼭대기 위에서
함박눈을 맞으며, 아기들이 놀고 있다.
아기들은 매우 즐거운 모양이다.
한없이 즐거운 모양이다.
● 맥주 잔에 파리가 빠졌다 1
영국인 - 상 아래로 쏟아버리고 다시 주문한다
프랑스인 - 웨이터를 불러 주먹을 흔들며 다시 가져오라고 호통친다
독일인 - 새끼 손가락으로 건져내고 마신다
러시아인 - 눈살을 찌푸리지만 파리채 마셔버린다
중국인 - 파리를 건져 몸에 묻은 것을 빨아먹은 뒤 남은 맥주를 마신다
● 맥주 잔에 파리가 빠졌다 2
영국인 - 아무 말 않고 나가버린다
미국인 - 사진을 찍은 뒤 주인을 고소한다
스위스인 - 재빨리 파리를 건져 살려낼 방법을 모색한다
멕시코인 - 파리가 입에 들어가지 않도록 후후 불며 마신다
중국인 - 아까우니까 파리까지 그냥 마신다
한국인 - 손해배상을 기대하며 술집을 뒤집어 엎는다
일본인 - 멍하니 바라보다가 자기 술을 중국인에게 할인해서 판다
주인 - 손님들두 참. 그 조그만 파리가 마시면 얼마나 마시겠습니까
● 술이 유죄
한 남자가 술을 마시다가 얼떨결에 낯선 여자를 껴안았다.
"죄송합니다 부인. 당신을 제 아내로 착각했어요."
"사과할 필요 없어요. 바로 저에요 여보."
★ 김 육(1580~1658)
조선 후기의 문신·실학자
자네 집에 술 익거든 부디 날 부르시고
내 집에 꽃피거든 나도 자네 청해 옴세
백 년 덧 시름 잊을 일 의논코자 하노라.
내 집에 술 익으면 매암을 부를 테니
자네 집 꽃 피거든 배짱이 청해 옴세
주야로 시름 잊을 일 권주간가 하노라.